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오픈카를 타고 이동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군중 속 아기를 받아 강복했다. 수천 개의 스마트폰이 그 순간을 향했다. 코리아나 호텔 2층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진가 한 명이 셔터를 눌렀다.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시복 미사 카퍼레이드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군중 속 아기를 받아 강복하고 있다. /양종훈 사진가

그 높이에서 제대로 된 카메라로 이 장면을 담은 건 사진가 양종훈뿐이었다. 그 인연이 2023년 바티칸 공식 초청으로 이어졌다. 교황의 몽골 사목 방문에 동행한 양종훈은 광화문에서 찍은 그 사진을 족자로 만들어 교황에게 직접 전달했다.

사진가 양종훈이 오스트리아 비엔나 툴립 아트 갤러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1주년을 기리는 헌정 전시를 개최했다. 지난 2014년 방한 당시 강복 장면을 담아낸 인연을 계기로 2023년 몽골 사목 방문 여정에도 동행하며 바라본 자애로운 미소 44점을 공개했다. /양종훈 사진가

교황은 지난해(2025년) 4월 선종했다. 선종 1주기를 앞두고 서울과 몽골에서 담아낸 기록들이 비엔나 한복판에 걸렸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양종훈 상명대 석좌교수의 헌정 사진전 ‘교황님의 미소’가 오스트리아 비엔나 툴립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4년 서울과 2023년 몽골에서 기록한 교황의 사진 44점이다. 매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오는 16일까지다.

사진가 양종훈이 오스트리아 비엔나 툴립 아트 갤러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1주년을 기리는 헌정 전시를 개최했다. 사진은 양종훈 사진가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양종훈 사진가

개막식에서는 파비안 툴립 아트 갤러리 관장이 양종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파비안 관장은 “양종훈 사진가의 삶 자체가 하나의 위대한 다큐멘터리”라며 “오스트리아 영상 다큐멘터리 팀을 이끌고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그의 삶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파비안 관장이 주목한 건 교황 사진만이 아니었다. 양종훈은 30년간 소년원 청소년들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줬고, 6·25 참전용사와 제주 4·3 유족들의 얼굴을 렌즈에 담아왔다. 이 같은 기록 작업들이 영화의 주요 에피소드가 될 예정이다.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교황의 미소가 양종훈의 렌즈를 통해 비엔나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장을 보며 한국 사진 예술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했다. 개막식에는 신동호 비엔나 한국문화원장, 이덕호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 등 교민사회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