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에서 열린 고난 주간 성 월요일 행렬에 ‘용서의 성 그리스도 형제회’ 소속 참회자들이 ‘카피로테’라고 부르는 뾰족한 붉은색 고깔을 쓰고 있다. 눈구멍만 뚫어 놓은 의상이 독특하다.
정통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오는 5일 부활절을 앞두고 다채로운 고난 주간(Holy Week) 행사가 열린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이 행렬에는 신자들이 꽃으로 장식된 수레 위에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 상을 싣고 행진하고, 카피로테를 쓴 참회자들의 행렬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종교 형제회, ‘콘프라디아스(confradias)’가 주관하는 이 행렬은 부활절 일요일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스페인 각지에서 열린다. 참회자들이 쓰는 카피로테의 색상은 지역마다 다양하다.
카피로테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속죄하겠다는 의미다. 뾰족한 모양은 하늘(하나님)을 향해 뻗어 있어, 참회자의 마음이 하나님께 닿기를 원하고 죄를 용서받고자 하는 고행의 의미를 나타낸다. 중세 시대에 스페인 종교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죄인들이 죄를 뉘우치며 쓰던 모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