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한가운데 선 남성이 허공 어딘가를 응시한다. 복도의 소실점은 인물에게 모이고 천장 조명은 머리 위에 엔젤링처럼 걸린다. 공간은 순식간에 한 사람의 삶과 시간을 품은 무대로 바뀐다. 사진가 고원태가 촬영한 경기도 고양시 모텔 운영자 60대 고경수 씨의 초상이다.
새로운 공간의 성격은 첫 전시가 정의한다. 27일 문을 연 경기사진센터가 개관 특별전 ‘빛나는 얼굴들: 아이콘에서 우리로’에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유명인의 얼굴만이 아니었다. 인물 사진전에는 구본창, 김용호, 목정욱, 신선혜, 오형근, 조세현 등 한국 인물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한다. 고원태는 개관을 기념해 경기도 31개 시·군을 돌며 도민들과 함께 만든 인물 사진을 선보인다. 촬영 대상자들에게는 평소 아껴 입는 옷을 가져오도록 했고, 자연광과 인공광을 함께 활용한 커머셜 사진 기법을 적용해 각 인물에 맞는 존재감을 부여했다. 이렇게 완성된 도민들의 사진은 소설가 한강,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 축구 선수 손흥민, 배우 김혜자, 영화감독 박찬욱 등 설명이 필요 없는 동시대 아이콘의 초상과 함께 전시장에 놓인다.
경기도민 31인의 초상은 행정적 참여의 표본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각각의 인물은 독립된 분위기와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재탄생한다. 고원태 사진가는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삶이 곧 영화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했다. 내가 한 일은 주민들의 삶에 잠시 빛을 비추고 보는 이의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얼굴을 스타와 아이콘의 초상과 비슷한 밀도로 배치한 이번 전시는 누가 이미지의 중심에 설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묻는다.
경기사진센터는 이번 전시와 함께 가족사진을 주제로 한 특별 상설전 ‘파밀리아: 가족과 가족사진’과 주한 스위스 대사관 후원의 ‘100 Swiss Photobooks’도 선보인다. 센터는 전시와 교육, 창작, 아카이브, 국제 교류를 결합한 시민 참여형 공공 사진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반려견 동반 관람과 야외 ‘사진의 정원’ 운영도 사진을 전문가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일상과 공동체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경기사진센터는 수원시 서둔동 경기상상캠퍼스 내 옛 서울대 농과대학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반려견 동반 관람은 5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