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정쟁이 일어나는 대한민국 국회에도 ‘봄’은 어김없이 도착한다.
차갑게 식어 있던 겨울의 흔적 위로, 노란 수선화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의원동산 한켠, 가지런히 심어진 꽃들은 단순한 식재를 넘어 ‘봄’이라는 글자가 되어 땅 위에 새겨진다. 말보다 먼저 계절이 도착했고, 사람보다 먼저 풍경이 변했다. 건조한 갈색의 흙과 마른 잔디 사이에서 피어난 노란빛은,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계절의 선언이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글씨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하나하나의 꽃이 모여 만든 시간의 결과다. 겨울을 견뎌낸 뿌리, 그 위에 올라온 작은 생명들이 모여 하나의 단어를 완성한다. ‘희망’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수선화의 꽃말처럼 ‘봄’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읽히는 것이 아니라, 피어나는 것이다.
정치와 논쟁, 긴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공간에서도 계절은 공평하게 흐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이에도, 또 다른 한쪽에서는 꽃이 피고 바람이 지나간다. 그래서 이 풍경은 더 묘하다. 가장 인간적인 공간에서, 가장 자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봄은 요란하지 않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 계절이 바뀌고 있다고, 봄은 이미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