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지 않는다. 겨울 끝자락 어디쯤에서 조용히 문을 두드리듯, 그렇게 시나브로 다가온다. 지난 한 주 사이, 전국 곳곳에서 전해진 꽃 소식은 그 조용한 변화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먼저 제주도 산방산 인근 들판에는 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봄의 문을 활짝 열었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노란 물결은 계절이 이미 남쪽에서부터 움직이고 있음을 알린다.
이어 광양에서는 매화가 산자락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었다. 매화꽃이 가득한 길을 걷다 보면 아직은 서늘한 공기 속에서도 봄이 천천히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심에서도 봄은 고개를 내민다. 대구의 한 학교 건물 앞엔 목련 봉오리가 하얗게 부풀어 올랐고, 건물 사이로 고개를 든 꽃들은 도시의 풍경까지 부드럽게 바꾸고 있다.
남쪽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는 벚꽃이 가지마다 연분홍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꽃 사이에 앉은 작은 동박새와 꽃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로 봄의 온기가 번진다.
그리고 대전에서도 산수유꽃이 나무마다 노란 별처럼 피어나며 계절의 색을 더한다. 잎보다 먼저 피어난 작은 꽃송이들은 마치 햇살이 가지 위에 내려앉은 듯 환하다.
이처럼 제주에서 시작된 봄의 소식은 광양과 대구, 부산을 지나 대전까지 이어지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계절은 늘 이렇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꾼다.
어느새 우리는 깨닫는다.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봄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