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 한 셀프 주유소. 평일 낮임에도 입구부터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대기 시간만 10분이다. “구로구 일대 어디를 둘러봐도 이만한 곳이 없어서 왔다”는 운전자의 말이 지금 상황을 설명한다. 서울역에 있는 도심 한복판의 한 주유소는 달랐다. 20분을 기다려도 진입하는 차가 없었다.
‘싼 주유소 찾기’가 새로운 교통 문제로 번지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는 진입로가 분리돼 있어 대기 차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도심 일반 주유소는 대기 행렬이 그대로 도로로 흘러나온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변 주유소에서는 주유 대기 차량이 오른쪽 끝 차로를 막으며 교통 정체를 유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WTI는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급등했고, 브렌트유와 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났다. 모건스탠리는 러시아산 원유라는 대안을 가진 중국과 달리 한국은 원유의 약 7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급등에 훨씬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석유 가격 급등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상승 부담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2026년 상반기까지 연장했다. 세계 분쟁의 여파로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