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비가 잦아진 요즘,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자전거 보관대에 우산 대신 네모난 종이상자를 눌러쓴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누군가 무심히 씌운 듯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목적은 하나다. 봄을 재촉하는 비에 안장이 젖지 않도록 하려는 ‘생활의 방패’다.
기온이 오르며 자전거 이용 인구가 늘어나는 시기, 이들에겐 안장 관리가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바쁜 외출길, 젖은 안장에 무심코 앉았다가는 바지에 물 자국이 번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피하려는 지혜가 박스 한 장으로 구현됐다.
이 아파트 주민 김연화 씨는 “비와 눈, 먼지를 막으려고 각자 덮어놓은 모습이 재미있다”며 “같은 보관대 자전거들이 나란히 박스를 쓰고 있는 장면을 보면 괜히 미소가 난다”고 말했다.
단지 경비원 역시 이 풍경이 이제는 익숙하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날부터인가 안장을 덮은 박스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며 “비닐은 바람에 쉽게 날리지만 박스는 무게가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고, 사용 후 분리배출도 가능해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지나던 또 다른 주민은 “박스가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제재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며 자율적인 생활 방식에 공감했다.
겨울 내내 매서운 바람을 견뎌온 자전거들은 이제 네모난 상자와 함께 봄비를 피하고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불편을 덜어내려는 작은 지혜가 자전거 보관대 주변에 잔잔한 웃음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