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학사모가 가지런히 놓인 강당 안, 고개 숙인 얼굴들 사이로 손수건이 천천히 눈가를 훔친다. 여느 초·중·고생들의 졸업식과는 다른 결의 울음이다. 이 눈물은 아쉬움이 아니라, 오래 미뤄두었던 약속을 스스로에게 끝내 지켜낸 사람들의 기쁨의 눈물이다.
누군가는 어린 동생의 학비를 위해 교복 대신 공장 작업복을 입었고, 누군가는 결혼과 육아, 생계를 이유로 교문을 돌아섰다. 교과서 대신 장부를, 참고서 대신 아이의 손을 붙들어야 했던 시간들. 그렇게 배움은 늘 삶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포기한 적은 없었다. 가슴 한켠에 ‘언젠가는’이라는 말을 접어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 그 ‘언젠가’가 마침내 ‘지금’이 되었을 것이다.
주름진 손으로 쥔 졸업장은 종이 한 장이 아니다. 새벽 장사를 마치고 교실로 향하던 발걸음이고, 가족이 잠든 밤 홀로 책장을 넘기던 인내이며, 시험지를 받아 들고 떨리던 심장의 증거다. 늦깎이 만학도라는 이름에는 늦었다는 뜻보다, 그만큼 오래 견뎌왔다는 시간이 담겨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의 눈가에 맺힌 물기는 단지 기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 스스로를 향한 미안함, 그리고 끝내 해냈다는 벅참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고개 숙인 그 순간에도 표정에는 분명한 자부심이 흐른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이다.
젊은 졸업생들이 미래를 향해 출발선에 선다면, 이들은 인생의 굽이마다 찍어온 쉼표 끝에 또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오래된 진실을, 그들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냈다.
학사모 아래로 떨어지는 눈물은 패배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꿈을 미루었을 뿐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의 승리 선언이다. 졸업식날 강당을 채운 박수는 졸업을 축하하는 박수이면서, 동시에 삶을 향한 존경의 박수다. 그리고 그 박수 소리 위로,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한 문장이 조용히 울린다.
“늦은 것은 있어도, 늦은 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