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음력 설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이들이 모여 널뛰기를 하고 있다. / 눈빛 아카이브

1948년 겨울, 서울은 30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났지만 북엔 소련군이 주둔했고 남쪽은 미군정 시절이었다. 그해 미군정에서 일하던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서울 도심과 한강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때 촬영된 사진들을 눈빛아카이브 컬렉션에서 입수, 최근 전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안터에서는 3월 20일까지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서울, 1948년 겨울’을 전시 중이다.

1948년 음력 설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소녀들이 나란히 걷고 있다. / 눈빛 아카이브
1948년 음력 설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소녀들이 동생들 손을 잡고 걷고 있다. / 눈빛 아카이브

슬라이드 필름 코닥크롬(Kodakchrome)으로 기록된 30여 점의 컬러 사진들은 75년 전 모습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했다. 전차가 다니던 서울 세종로와 시청 앞, 서소문, 화교가 많던 소공동과 한강 등에서 촬영된 시민과 아이들 표정이 사진에 담겨 있다. 그 시절 한복은 우리의 일상복이었다. 더구나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둔 어린이들은 ‘때때옷’이라 하여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를 입고 다녔다.

1948년 음력 설을 앞두고 설빔을 입은 소녀들과 교모를 쓴 소년들이 모여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눈빛 아카이브
1948년 겨울 꽁꽁 언 한강 위에서 어머니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황량한 언덕 위에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 눈빛 아카이브

사진 속 시민들은 활기가 넘쳐났다. 중년 남자들은 흰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어디론가 바쁘게 걷고 있고, 노란 저고리에 진분홍 치마를 입은 소녀들은 모두 하얀 버선에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한강에서 꽝꽝 언 얼음을 깨고 그 물로 빨래를 하던 어머니들도 보였다. 나라를 잃었던 백성이 아니라 반쪽이라도 나라를 세우기 직전 서울의 모습이다.

1948년 서울 세종로에서 시민들이 전차를 기다리고 있다. 뒤쪽 배경으로 지금은 사라진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이 보인다./ 눈빛 아카이브
1948년 서울 음력 설을 앞두고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들이 걷고 있다. / 눈빛 아카이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설날만큼은 한복을 찾아 입던 사람이 많았다. 명절을 앞둔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은 한복을 입고 고향을 가던 가족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명절에 한복 입는 사람은 이제 쉽게 찾기 어려워졌다. 대신 서울 경복궁은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이 일 년 내내 가득하다.

1948년 음력 설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이들이 엄마를 따라 걷고 있다. / 눈빛 아카이브
1948년 서울 한강, 당시만 해도 한강이 12cm 이상의 두께로 얼면 얼음을 깨서 보관하던 직업이 있었다. / 눈빛 아카이브
1948년 서울거리에서 말이 끄는 일종의 '마차 택시'가 눈 덮힌 길 위를 달리고 있다. / 눈빛 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