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포착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야경 사진은 한밤의 도시를 수많은 신호선과 불빛으로 가르는 회로판처럼 보여준다. 도심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건물 윤곽과 도로의 맥박은, 마치 반도체 칩을 확대한 듯한 모습이다.
현재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970년대 말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국가 교통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1981년에 준공된 건물이 45년 가까이 지나면서 노후화돼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 기존 건물과 광대한 주차 공간은 도보 흐름을 단절시키고, 버스 진출입으로 인한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소음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서울시는 신세계센트럴 및 고속버스터미널 주체와 함께 대규모 복합 개발 계획의 사전 협상에 착수했으며, 이 부지는 약 14만6260㎡ 규모로 지상 60층 이상의 초고층 상업·주거 복합 시설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계획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버스 승하차장과 대합실을 지하로 보내는 ‘지하 통합 터미널’ 도입, 이를 통해 지상 도로의 교통이 훨씬 더 매끈하게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지상부는 상업·업무·주거·문화가 결합된 복합 구조로 재편, 제한된 도심 공간을 수직으로 효율화하는 도시 패러다임 변화다.
광대한 주차 부지는 공공 녹지와 보행 인프라로 재구성, 도시의 숨통을 넓히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보행 동선 개선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재개발 계획은 도시의 데이터 흐름을 최적화하는 재설계와 같다. 현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갖는 기능적 한계는 도로와 보행을 ‘수평적’으로만 배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반도체 설계자들이 제한된 실리콘 면적 안에서 신호선과 트랜지스터를 수직·수평으로 정교하게 배열하듯, 이번 개발 계획은 도심 공간을 수직 구조로 업그레이드해 기능 밀도와 흐름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드론으로 본 사진 속 야경은 이러한 도시 재설계를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듯하다. 빛나는 도로 네트워크와 건물의 기하학적 패턴은, 결국 도시도 하나의 복잡한 회로판이며, 때로는 ‘리셋’이 필요함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