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한 장 29. 황문석 사진가의 ‘붉은 화분’ 사진전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1-2
사진가 황문석의 '붉은 화분' 연작 1-1

겨울답게 계속 춥다. 추위가 계속되면 잎이 초록의 숲이 그리워진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는 아직 한겨울. 따뜻한 남쪽으로 여행 가거나 그러지 못하면 베란다에 놓인 화분을 보며 마음을 달랠 수밖에. 밖은 영하 10도이지만 창가로 드는 햇볕을 쬐는 화분의 나무들을 보면 봄이 곧 올 것 같다.

울산에 사는 사진가 황문석(77)은 울산 신화마을을 갔다가 우연히 집집마다 문밖에 놓인 플라스틱 화분들이 있는 것을 보고 촬영을 시작했다. 2022년 5월부터 최근까지 화분의 나무와 광선의 차이를 바꿔 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찍어온 화분 사진들을 모아 2월 4일부터 9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3전시장에서 ‘붉은 화분’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연다.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2-1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2-2.

강원도 삼척이 고향인 황 씨는 대학 졸업 후 40년 넘게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했고 퇴직 후 사진을 배웠다. 어릴 적 고향 집 마당에 꽃나무를 키웠고 성인이 되어 아파트에 살아도 베란다에서 화분들을 키워왔다고 했다. 소개된 사진들을 보면 화분보다 낡은 벽의 화려한 컬러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벽화 마을로 알려진 울산 신화마을은 다른 지역 벽화 마을처럼 오래전에 형성된 마을이다. 1960년대 초에 미포국가공업단지가 생기면서 신화마을로 공단 이주민들이 정착했고, 신화(新和)라는 이름도 ‘새롭게 잘 화합해서 살아보자’는 의미로 지었다.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3-1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3-2.

하지만 사진가는 벽화들보다 집집마다 놓인 빨간 플라스틱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장소를 다섯 번에서 열 번도 넘게 찾아갔다. 또 신화 마을뿐 아니라 울산과 부산 등에서 촬영한, 화분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사진 57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4-1
사진가 황문석의 '붉은 화분' 연작 4-2.

영화 ‘레옹(1994)’에서 주인공 레옹이 마틸다에게 키우던 화분까지 담요에 싸서 대피시키는 걸 보고 ‘도대체 저 화분은 뭐라고 저렇게 목숨을 걸고 맡기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화분에 물을 자주 주는 나이가 되어 보니 레옹에게 그 화분은 ‘희망’이 아니었나 한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처럼.

황문석 '붉은 화분' 연작 5-1
사진가 황문석의 '붉은 화분' 연작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