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해운대 북극곰축제'에 참가자들이 겨울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연중 가장 추운 1월의 부산 해운대는 겨울답게 단단한 빛을 품고 있었다. 유리처럼 맑은 하늘 아래, 마천루들은 바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한겨울의 부산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모래사장 위에서는, 계절의 논리를 거스르는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숨을 모은다.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웃음과 함성은 파도보다 먼저 달려 나간다.

희망, 사랑, 행복을 상징한다는 형형색색의 컬러 파우더가 튄 티셔츠와 수영모는 축제의 언어다. 얼굴에 묻은 색은 추위를 잊게 하는 가장 즉각적인 온기이고, 서로의 어깨를 스치는 손길은 ‘함께’라는 단어의 체온이다. 누군가는 망설이다가도 결국 발을 내딛고, 누군가는 이미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파도와 씨름한다. 차가움은 개인의 몫이지만, 용기는 군중 속에서 배가된다.

바다는 여전히 냉정하다. 발목을 감싸는 순간, 숨이 짧아지고 심장은 박자를 높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멈추지 않는다. 찰나의 고통을 통과해 얻는 것은 오래 남는 기억…‘해냈다’는 감각이다. 도시의 빌딩 숲과 겨울 바다 사이에서, 몸은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살아 있나.

북극곰 수영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한 해의 문턱에서 몸으로 다짐을 건네는 의식에 가깝다.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행위는 새해의 두려움을 미리 만나고, 웃음으로 건너오겠다는 약속처럼 보인다. 파도에 젖은 발자국들이 곧 지워지듯, 걱정도 그렇게 흩어지길 바라면서.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해운대 북극곰축제'에 참가자들이 겨울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축제 참가자 중 최고령자인 정보현(78)씨는 “지난 1994년 제7회부터 제39회까지 33년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겨울 바다에 뛰어들 때 마음가짐은 똑같다”고 했다.

해운대의 겨울은 그렇게 뜨거웠다. 바다는 차갑고, 사람들은 뜨거웠다. 그리고 그 온도 차가 만들어낸 순간들이, 사진 속에 오래 머문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해운대 북극곰축제'에 참가자들이 겨울바다에 뛰어들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해운대 북극곰축제'에 참가자들이 겨울바다에 뛰어든 친구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파도에 몸을 맏기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해운대 북극곰축제'에 참가자들이 겨울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해운대 북극곰축제'에서 겨울바다에 뛰어든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