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폭설이 내린 지난 5일 아침, 광화문역 인근에서 자전거 한 대가 결빙 구간에 바퀴를 올리는 순간 옆으로 미끄러졌다. 탑승자는 중심을 잃고 자전거에서 벗어나 얼어붙은 바닥에 손을 짚고 넘어졌다.
폭설이 멈추면 사진기자가 챙겨야 할 스케치가 있다. 빙판길이다. 서울시청 방향 광화문역 인도가 유리막처럼 번들거렸다. 얼기 전에 제설이 되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듯했다. 더군다나 시외버스 승객이 내리는 동선과 가까웠다. 빙판길 앞에 대놓고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를 든 기자가 눈에 띄면 시민들이 부담을 느끼고 경로를 바꿀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미끄러짐을 기다리는 일은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결코 유쾌하지 않다.
대부분의 시민은 조심스럽게 속도를 줄였다가 미끄러울 듯하면 곧장 균형을 잡고 출근길을 이어갔다. 그때 뒤에서 자전거가 튀어나왔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는데도 굳이 인도 쪽 결빙 구간으로 들어섰다. 앞바퀴가 빙판을 밟는 순간 차체가 단번에 휘청였고 운전자는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볼 새도 없이 셔터를 눌렀다. 다행히 다치지 않았는지 곧바로 일어난 시민은 자전거를 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넘어진 시민은 몸 어딘가 멍이 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겨울의 얼음은 교활하다. 낮에 녹았다가 밤에 다시 언 얇은 얼음막은 바퀴와 바닥 사이에서 윤활처럼 작동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타이어 고무가 단단해지면 접지력이 더 약해진다. 자동차는 네 바퀴로 버티니 미끄러져도 차체가 곧장 넘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는 앞바퀴가 먼저 흐르면 중심을 되찾을 여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빙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전거 이용자가 여럿 보였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이다. 눈앞에 빙판길이 보인다면 맞서기보다 내려서 끌고 가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