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열린 2025서울빛초롱축제에 관람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우와~! 멋지다!”

2025년 12월 청계천의 밤은 물보다 먼저 빛이 흐른다. 도심의 빌딩 숲 사이로 내려앉은 어둠 위에, 색색의 등(燈)들이 물길을 따라 떠오르며 겨울을 깨운다.

지난 13일 ’2025 서울빛초롱축제’가 시작된 청계천에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물 위에 세워진 등 조형물들은 마치 시간을 건너온 인물들처럼 서 있고, 그 사이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등불들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나무와 돌로 이어진 옛 장터의 풍경, 전차와 노동자의 모습, 그리고 오늘의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조형물 하나하나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물결에 반사된 빛은 그 서사를 두 겹으로 만든다. 위에는 현실의 서울이, 아래에는 빛으로 다시 태어난 기억의 서울이 흐른다.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윈터페스타’에서 광화문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 투영되고 있다. ‘2025 서울윈터페스타’는 ‘판타지아 서울(FANTASIA SEOUL)’을 주제로 광화문광장과 청계천, 서울광장, DDP, 보신각, 우이천 등 서울 도심 6곳에서 주요 공간을 하나의 축제 동선으로 연결한 겨울 행사로, 공연(Play)과 체험(Together), K-컬처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도심 전반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뉴스1

시선을 들어 광화문으로 향하면, 또 다른 겨울의 무대가 펼쳐진다. 광화문 미디어파사드 위로 전통과 기술이 겹쳐진 영상이 밤하늘을 채운다. 경복궁의 장엄한 지붕선 위로 색과 빛이 흐르며, 고궁은 잠시 거대한 스크린이 된다. 수많은 시민이 휴대전화를 들어 올린 채 그 순간을 기록한다. 같은 장면을 바라보지만, 각자의 화면 속에는 저마다의 겨울이 저장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윈터페스타’에서 광화문광장 마켓과 조형물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광화문 광장에서는 마켓과 조형물들이 또 다른 온기를 만든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작은 상점들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퍼진다. 손에는 따뜻한 음료를 쥐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빛을 바라보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겨울은 견딜 만해진다.

청계천의 물길에서 광화문의 광장까지, 서울의 겨울은 빛으로 연결돼 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빛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도시는 그 빛을 품어 하나의 풍경이 된다. 축제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밤을 걸었던 기억은 오래 남는다.

겨울의 서울은 그렇게, 매년 빛으로 자신을 다시 그린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서 서울빛초롱축제가 개막했다.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