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만 습지로 날아든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가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전남 순천만 습지에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수천 마리가 날아들었다.

매년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는 올해 특히 개체수가 대폭 늘어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순천시는 해마다 반복되던 ‘전선충돌 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가을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다. 흑두루미 주요 비행로 주변 농경지 일대의 전봇대 282개와 약 12km에 이르는 전선을 철거하며 안전한 이동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철새가 내려앉는 논과 이동 통로가 전선에 가로막혀 있던 시절엔 폐사 사례가 매년 확인됐지만, 시설 정비 이후에는 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확을 마친 논을 흑두루미의 먹이터로 남겨두는 지역 농가와의 협력도 개체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과 철새의 공존 구조’가 올해 월동 개체 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겨울로 접어든 순천만은 이제 거대한 생명들의 정박지가 되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흑두루미의 비상은 보전 노력과 자연 회복력이 맞물릴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

전남 순천만 습지로 날아든 흑두루미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날고 있다./김영근 기자
순천시는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전깃줄에 걸려 폐사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최근 순천만 습지 주변 농경지 일대의 282개의 전봇대와 12km에 달하는 전선을 철거했다./김영근 기자
순천만은 보전 노력과 자연 회복력이 맞물릴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