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상공에서 국회를 바라 봤다.
붉고 푸른 빛이 맞닿는 저녁 하늘 아래, 국회 앞 대로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지난해 이곳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의 함성과 촛불, 분노와 절망이 흩어져 있던 그 자리였다.
어제는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도시 전체를 뒤덮던 순간을 기억한다. 광장에는 통행을 가로막는 병력과, 두려움 속에서도 목소리를 꺼내려던 시민들,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뒤바뀌는 상황과 혼란스러운 권력의 파동이 몰아쳤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회는 새로운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으며, 정치의 중심은 차갑게 갈라진 채 한 해 내내 흔들렸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나 지금, 밤하늘 아래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너무도 차분하다. 건물들은 규칙적으로 불을 밝히고, 한강 위 교량은 마치 오래된 악보에 그어진 선율처럼 흐른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이어졌던 그 시간과는 달리, 이 도시의 불빛들은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잔잔한 야경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정치적 대립도, 혼란도, 광장의 외침도 결국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억압과 분열의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는 하루를 살았고, 누군가는 내일을 준비했으며, 누군가는 단지 버티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서울은 마치 “그래도 내일은 온다”고 말하는 듯했다. 오늘은 혼란스러운 정치와 갈등의 1년을 돌아보는 날이었지만, 내년의 이 도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쯤 나아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적어도 이 도시의 불빛은 앞을 비출 만큼은 남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