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바라 시세이, 우에다 쇼지, 아라키 노부요시’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일본 사진가가 많다.
국내 한 대학 사진학과 졸업 전시에서 일본인 이름을 발견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사진가가 많은데 왜 한국에서 사진을 배웠을까?
기자의 호기심은 그녀를 향했다.
부산 경성대학교 사진학과에서 졸업을 앞둔 나고야 출신의 일본인 유학생 미츠이 아이카(24) 양(이하 아이카).
그녀에게 본인이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다.
꽃말을 주제로 한 인물 사진 3장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3학년 때 기말 프로젝트로 촬영한 작품으로, 꽃말을 주제로 감정을 표현한 사진이었다.
초콜릿 코스모스의 ‘사랑의 추억’, ‘사랑의 끝’, 빨간색 장미의 ‘아름다움’, 목화의 ‘부드러움’, ‘풍요로움’ 등을 표현했다고 했다.
외국인으로서 의상, 메이크업, 모델 섭외 등 다 혼자 하다 보니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초콜릿 코스모스 같은 특이한 꽃을 찾아다니는 것도 어려움을 많이 느꼈지만,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촬영하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작업이라 말했다.
아이카는 일본에서도 종종 필름 카메라로 친구들을 찍곤 했지만, 정식으로 사진을 배운 건 한국에 와서였다.
아이카는 어릴 때부터 춤을 추며 자랐다.
그녀가 한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이유도 춤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춤을 췄어요. 중학생 때 한국의 ‘원밀리언 스튜디오’의 댄스 영상을 보고 ‘한국에서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2020년 11월,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춰 있던 시기.
19세 소녀는 한국으로 건너와 부경대학교에서 1년간 한국어를 공부하며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한국 생활을 더 만끽할 방법을 찾다가 경성대학교 사진학과에 진학해 4년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서울도 여러 번 다녔지만 복잡한 환경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곳이 좋았다.
“있을 건 다 있고, 서울보다 덜 복잡하니까요. 부산 생활이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순탄한 건 아니었다.
못 알아듣는 사투리와 거친 버스와 택시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 문화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 투표하는 모습 보고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은데, 제 주변 한국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아 저도 일본에 갔을 때 투표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나고야에서 왔다고 하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선동렬 선수 아냐고 물어보던데요.(웃음)”
졸업 후 아이카는 오사카에서 염색 관련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저를 뽑은 이유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한국을 떠나는데 하고 싶은 말 있냐는 질문에 아이카는 질문을 듣고 약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을 모아 조용히 말했다.
“한국에 잘 왔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본인에게 하는 짧은 말이었지만 5년간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었다.
한국을 사랑하게 된 일본인 유학생.
바닷바람과 한국어의 억양, 밤새 스튜디오에 홀로 남아 셔터를 누르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이제 그녀의 사진과 삶 속에서 계속 새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