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밤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누군가 떨어진 낙엽을 모아 '네잎 클로버'를 만들어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남강호 기자

갑자기 바뀐 날씨에 서울 도심에서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결에 일렁이는 노란 은행잎과 붉게 물든 단풍이다. 그러나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붙든 것은 그보다 낮고 조용한 곳, 발끝 가까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네잎클로버’였다. 또 다른 곳에는 ‘하트’도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가 떨어진 낙엽들을 모아 정성스레 빚어놓은, 가을의 작은 선물이었다.

낙엽은 본래 바람이 쓰는 글씨 같아서, 흩어졌다 모였다가 이내 또 다른 문장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이 ‘네잎클로버’와 ‘하트’는 마치 누군가의 마음을 꾸욱꾸욱 눌러 쓴 ‘손편지’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지난 19일 새벽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누군가 떨어진 낙엽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남강호 기자

‘누가 썼을까?’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이 공원에서 ‘하트’나 ‘클로버’의 낙엽으로 쓴 편지를 보게 된다. 그 주인공은 아마 이름 없는 익명의 예술가일 것이다. 그는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계절 앞에서 한 번쯤 마음을 내려두고 싶었거나, 혹은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미소 하나만 남기고 싶었을지도.

가을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이 낙엽 작품은, 빛나는 대리석 조각도 아니고 전시장의 캔버스도 아니다. 내일이면 바람에 조금 흐트러지고, 모레면 형태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시간을 들여 그것을 만든다. 언젠가 누군가의 발길 속에서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마음을 그 위에 남긴다.

가을은 어느새 깊어졌고, 낙엽은 내일도 또 다른 문장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