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에 성한 배추가 하나도 없어요. 올해 농사는 망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찾은 강원도 강릉시에서 2000평 규모의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강릉시 송정동 일대 배추밭에 있는 배추들은 대부분 무름병으로 인해 뿌리가 썩고, 잎이 메말라 있었다. 대강 봐도 상품성이 없어 보였다. 배추 무름병은 뿌리가 젖은 채로 오래 방치되면 세균이 번지면서 썩는 병이다. 지난달 내내 비가 내린 강릉에선 배추 무름병이 확산해 농가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 다수의 농민들은 극심한 손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구 온난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특이 기상 현상이 자주 관측되는데, 가을 폭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최고였다. 전국 강수량은 173.3㎜로 평년(63㎜) 대비 2.8배 많았고, 강수일수는 14.2일로 평년보다 2.4배 많았다. 강원 영동엔 지난달 408.2㎜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해 평년 강수량보다 5배 정도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 기우제까지 지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종 잡을 수 없는 날씨다.
기후 위기, 조만간 우리 식탁에서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