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안에 거주하는 김경문(43) 씨는 요즘 밤 산책에 푹 빠졌다. 최근 집 인근에 호수공원이 들어서면서,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를 걷는 것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산책로마다 조명이 켜져 색색의 빛으로 물들며, 낮과는 또 다른 야경을 선사한다.
지역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갑천생태호수공원’이 지난 9월 27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공원은 도안지구를 휘감아 흐르는 갑천을 중심으로 인공호수를 조성해 만들어졌다. 특히 갑천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생태 수문학 시범유역’에 지정된 대전의 대표 생태 자산이다.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총사업비 950억원을 들여 43만1244㎡ 규모로 조성됐다. 이 가운데 호수 면적만 약 9만3510㎡에 달해, 축구장 13개를 합친 크기다.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 구조물보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살렸다는 점이다. 습지와 초지, 수생식물원이 조화를 이루며 철새와 물고기, 곤충이 어우러지는 생태의 보고로 거듭났다. 곳곳에는 조류 관찰 데크, 자연학습장, 생태탐방로 등이 마련돼 아이들과 함께 생태 체험을 즐기기에 좋다. 또한 반려견 쉼터(펫존)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춰져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주말을 맞아 남편,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찾은 차미희(36·도안) 씨는 “집 근처에 이렇게 멋진 공원이 생겨서 정말 기쁘다”며 “공원이 넓고 쾌적해 반려견과 산책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개장 이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들른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갑천생태호수공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의 새로운 모델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와 생태 보전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쉼과 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