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한 장 22. 이강산의 ‘여인숙2’ 사진들
대전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면 낡은 건물들이 있는 여인숙 골목이 나온다. 이곳 여인숙엔 한 달에 20만원인 달방이 있다. 하루 방값이 6700원이라니 실화인가. 하지만 방에 들어가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방음은 물론 냉난방도 전혀 안 되고 화장실도 한 층에서 공동으로 쓴다. 50년 된 여인숙 한 평짜리 방에 누워 팔을 뻗으면 양쪽 벽이 손에 닿는다. 여인숙 달방에 살며 사진을 찍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진가 이강산(67)을 지난해 2월 기자는 직접 찾아가 만난 후 이곳에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다. ‘0.8평 쪽방에도 사람이 산다.(2024년 2월 3일)’
2007년부터 전국의 여인숙을 돌며 사진집 ‘여인숙’을 낸 후 이강산은 가족이 사는 집을 놔두고 직접 여인숙에서 먹고 자면서 달방 식구가 되었고, 외부인의 시선이 아닌 함께 사는 주민으로, 이들을 돕는 활동가로 살면서 틈틈이 찍은 사진을 모아 다시 책 ‘여인숙2-인간의 시간’을 냈고, 요즘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전시 중이다.
방 안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이곳은 오래된 창고로 쓰던 건물을 개조한 3층 쪽방 안, 방안 조명이 붉은색이 아니라 노을이 창 안으로 들어오면 방한을 위해 사방을 벽지로 붙여놓은 은색 단열재에 반사되면서 붉게 변한다. 그런데 사진 속 남자는 추워서 부탄가스 불을 켜놓고 손을 녹이고 있다. 엄청 추웠던 지난 2월이었다고 했다.
온몸이 장미 문신으로 덮인 한 남자가 다 벗고 맛동산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당뇨로 다리 하나를 절단한 한 여성은 거동이 불편하니 생필품은 모두 손 닿는 거리에 놓았다. 기초생활비가 나오는 매월 20일엔 배달 음식으로 같이 나눠 먹거나 빗물이 새는 방 안에 둘러앉아 짜장면을 함께 먹기도 한다. 모두 사진가가 그곳에 살기에 찍을 수 있는 사진이었다.
좁은 방 안에 촘촘히 물건들이 배치된 한 노인이 TV로 뉴스를 보고 있다. 오래전 섬을 다녀온다며 나간 아내와 어린 아들이 배 사고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후, 60년 동안 혼자 쪽방 생활을 하고 있다. 깨끗한 물건들은 모두 싸구려지만 정성껏 닦아가며 쓰고 있고, 구석엔 작은 액자 속에 가족사진도 보인다. 사진가는 주민들이 저마다 사연과 의지로 살아간다고 했다.
이씨는 다큐 사진가가 되기 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34년 일하고 퇴직 후에도 6권의 시집과 4권의 소설을 쓴 시인이며 소설가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 이곳에서 달방 생활을 한 후 시 쓰기를 접었다. 여인숙에서 배가 고파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은유나 상징 같은 시가 다 허망하게 느껴져서 달방에서 쓴 시들은 모두 찢어버렸다고 했다. 대신 일기처럼 매일 기록을 모아 쓴 논픽션 ‘인간의 시간’은 지난해 10월 출간했다. 이씨는 밖의 시선으로 보면 달방 사람들은 사회에서 낙오한 인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살아 보니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시간’이 흐른다고 했다.
달방에 4년째 살고 있는 이씨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철거 후 주상 복합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전체 200가구 중 보상 문제로 100가구가 남아 있다. 사진가는 이들이 떠날 때까지 돕고 함께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10월 27일까지 열리는 서울 인사동 전시는 11월 대전(갤러리탄, 11.13~25)에 이어 12월 세종시(세종갤러리고운, 12.11~24)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