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비가 그친 초가을 새벽, 강원도 홍천군 어느 강가에는 고요한 숨결이 깃들어 있었다.
산등성이를 감싸오르는 운해(雲海)는 마치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듯했고, 강 위에는 은빛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그 풍경은 세상과의 경계가 사라진 듯, 현실과 꿈 사이를 잇는 다리 같았다.
물안개 사이로 천천히 깨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캠핑 텐트 앞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향, 차박 차량의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 그리고 이른 아침의 정적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레 움직이는 손끝들. 그들은 자연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자연의 품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은 한 폭의 수묵화였다. 하얀 안개가 붓이 되어 산을 그렸고, 강물은 먹빛으로 번져 나갔다. 캠핑족들의 실루엣은 그 위에 찍힌 작은 붓 터치처럼 고요히 자리 잡았다. 사진 속 그 한 장면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과 쉼,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담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빠르게 흐르는 일상 속에서 ‘멈춤’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강가의 새벽은 말없이 일러준다. 잠시 멈춰 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고, 안개가 걷히기 전의 고요함 속에 진짜 ‘나’가 숨어 있다고.
겨울이 오기 전 다시 한번 진짜 ‘나’를 찾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