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10시 갑자기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캄보디아 범죄 상황이 심각하니 내일 당장 출장을 가야겠다”는 전보였다.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고 캄보디아 관련 뉴스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현지에서 동행할 코디와 운전기사를 급히 구하고, 대한항공 직항편에 몸을 실었다. 캄보디아에 도착하니 꿉꿉한 날씨와 깜깜한 밤 풍경이 긴장감을 부추겼다.
15일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범죄 소굴인 원구단지, 프놈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태자·망고단지를 찾았다. ‘웬치’라 불리는 범죄 단지들은 내부를 볼 수 없게끔 외벽이 높게 설치돼 있었고, 외벽에는 철조망이 두텁게 쳐져 있었다.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삼엄한 감시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원구단지를 둘러보던 중 단지 내로 들어서던 흰색 봉고차에서 누군가 내려 기자에게 달려왔다. 중국어를 내뱉으며 카메라를 뺏으려 했고, 기자의 팔을 끌어당기며 단지 내로 끌고 가려 했다.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무작정 사람 많은 곳으로 뛰었다. 끝까지 쫓아오던 중국인을 피해 취재 차량에 탑승, 곧바로 도망쳤다. 간담이 서늘했다. 범죄 단지에 갇혀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공포가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6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200km 떨어진 보코산 국립공원 내부에 있는 범죄단지를 찾았다. 산 입구에서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가나” 등의 간단한 검문을 받고, 차로 1시간가량을 올라가니, 중국어가 쓰인 단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지 앞에는 다수의 인원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취재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꺼낸 기자를 보고 운전기사는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촬영을 하라”, “위험한 곳이라 차를 멈춰 세울 수 없다”고 했다.
지난 8월 범죄 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받다 숨진 한국인 대학생 A(22)씨도 이곳 범죄 단지에 감금됐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보코산을 4단계 ‘여행 금지’로 상향했다.
현지 교민들은 “일부 중국인 때문에 휴양지인 캄보디아가 범죄도시 프레임에 갇혔다. 관광객들이 줄어들 테니 교민 수입도 끊어질 위기”라며 울상을 지었다.
웬치만 아니었다면 캄보디아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휴양지로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다.
17일 밤 정부합동대응팀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이 합동 대응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코리안 데스크는 무산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은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된다. 이들은 관할 경찰서로 압송돼 범죄 혐의점을 수사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