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 입국장에서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짐을 끌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고운호 기자

5일(현지 시각) 오후 9시 30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 입국장. 붉은색과 흰색 단체복을 입은 일행이 다소 어색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동했다. 북한 태권도 선수단이었다. 북한 시각으로는 6일 새벽 4시 30분, 추석 명절 아침이다.

5일(현지시각)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 입국장에서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짐을 끌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고운호 기자

흰색 점퍼를 입은 선수들은 붉은 점퍼를 입은 여성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는 손잡이가 낮은 바퀴 달린 가방을 허리를 숙인 채 끌었고, 대부분은 분홍색 목베개를 목에 걸거나 가방에 매달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단체복 차림의 선수들 상당수가 미국 브랜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슴에 북한 배지를 단 양복 차림의 남성들은 선수들의 동선을 관리하며 주변을 살폈다.

5일(현지시각)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 입국장에서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나이키 신발을 신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단복 상의 뒤에는 ‘TAEKWON-DO’, ‘ITF’(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 문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ITF는 1966년 고(故) 최홍희 전 육군 소장이 창설한 단체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뒤 북한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현재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는 별개의 조직이며, WT가 ‘Taekwondo’로 표기하는 반면 ITF는 ‘Taekwon-Do’로 하이픈(-)을 넣는다.

5일(현지시각)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 입국장에서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짐을 끌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최근 ITF는 태권도 최고 품새(틀) 가운데 하나인 ‘통일틀’의 이름을 최홍희 초대 총재의 필명 ‘창훈’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안건은 올해 10월 ITF 총회에서 회원국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통일’과 ‘민족’ 용어를 대내외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통일역’ 등 관련 명칭도 잇따라 없애는 중이다. ITF의 품새 명칭 변경 시도 역시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2025년 공식 ITF 세계 선수권 대회는 크로아티아 포레치에서 7일에서 1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