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마른 수동 펌프 근처에 서 있는 아이들. /로이터 연합뉴스

집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지난 2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마을 어린이들이 지하수가 말라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 펌프 주변에 서 있습니다.

카불은 지구상 대도시 중 가장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도시입니다. 카불의 수도 연결 가구는 20% 미만이고, 대부분은 하루 20리터의 물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2001년 100만이던 카불 인구는 20년 만에 600만명으로 늘어났는데 물 공급 인프라는 엉망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관정을 뚫었습니다. 12만개에 달하는 관정의 무분별한 지하수 추출로 지하수가 말라가고, 그마저도 80%는 각종 오염 물질에 오염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안전한 물 구입을 위해 많게는 소득의 30%까지 쓰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안전한 물을 사느라 빚까지 지고 있다고 합니다.

8월 2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소녀가 여러개의 물통을 들고 물을 길으러 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물 부족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20년 이상 지속된 반복적인 가뭄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주요 수자원인 힌두쿠시 산맥의 강설량이 기후 변화로 감소하고 빙하 융해수의 증발량 증가로 지하수 보충이 되지 않은 것이 물 부족을 심화시켰습니다. 거기다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입니다.

유엔은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카불은 2030년까지 모든 지하수원이 고갈돼 세계 최초의 ‘물 없는 대도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얼마 전 강원도 강릉시가 가뭄으로 제한 급수까지 가는 물 부족 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카불의 상황이 결코 남 얘기만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8월 28일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어린 소년들이 수돗가에 모여 물을 물통에 물을 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8월 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소년이 말라서 바닥이 드러난 강 한가운데 서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