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가 한글로 물들고 있다. 세종대왕의 묘호를 딴 도시인 세종시는 2014년 ‘한글사랑 조례’를 제정한 뒤 한글을 도시 정체성으로 삼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2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글문화도시’로 지정됐으며, 지난 3월 13일에는 지자체 최초로 한글문화 진흥과 세계화를 전담하는 ‘한글문화도시과’를 신설해 행정적 기반도 마련했다. 시는 출범 이후 꾸준히 한글문화 발전의 구심점을 자처하며 도시 전체를 한글문화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세종시는 지난 3일 조치원1927아트센터에서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 개막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2027년 제1회 한글 비엔날레를 앞두고 준비 행사 성격으로 마련된 것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한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국내외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색한다.
행사에는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가상·증강현실(VR·AR)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된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문자 이상의 언어로서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다. 국내외 작가 39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3명은 지역 작가로 세종과 조치원의 문화적 뿌리를 한층 강화했다.
특히 영국 출신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Mr. Doodle)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그는 옛 신일제사 건물에서 한지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조치원1927아트센터 외벽에는 한글과 독창적 기호를 결합한 라이브 드로잉을 설치했다. 해당 작품은 영구 보존돼 시민과 방문객들이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프레 비엔날레는 예술과 학문, 시민 참여가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문화 축제로 평가된다. 문자를 넘어선 자산으로서의 한글 가능성을 조망하고, 이를 세계적인 창조적 자산으로 확장하려는 실험이 세종과 조치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