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낮 햇살은 따갑다. 절기상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이미 지났건만, 늦여름은 좀처럼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바람 끝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걸 알면서도,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리며 여름의 꼬리를 붙잡고 있다.
그런데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 들어서면 계절의 시계가 한 발 앞서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키 큰 줄기 위로 은빛 깃털 같은 팜파스그래스가 바람을 타고 흔들린다. 햇볕을 받으면 부드러운 결이 반짝이며 마치 작은 파도가 일렁이는 듯하다.
억새와 닮은 듯 다른 이 이국적인 풀은 어느새 가을의 전령이 되어,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 사이로 잠시나마 늦더위와 일상에서 벗어나 가을을 앞당겨 맞이한다.
아직은 덥지만, 팜파스그래스가 알려준다. 곧 선선한 바람이 불고, 긴 여름이 저만치 물러가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