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한 장 18. 2025 동강국제사진제를 보고
한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채롭다. 호기심이나 놀라움도 있고 팔짱을 낀 사람도 보인다. 무엇을 보는 걸까? 이 사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미술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베누아 마돈나’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다. 지난 2005년 사진가 토마스 스트루스가 촬영했다. 우리는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작품들을 감상하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다. 미술관의 조명은 대부분 작품을 비추고 관람객들의 동선은 어두운 데다 하나라도 더 작품을 보려 할 뿐이다.
지난 2004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서 여러 사진가에게 조각상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촬영을 의뢰했다. 예술품들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는 사실이 사진가들이 촬영한 관람객들의 모습 속에 드러났다. 촬영했던 사진가 중 토마스 스트루스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스페인의 프라도미술관 등을 찾아 작업을 이어갔다. 스트루스는 가끔 자신이 갤러리의 작품이 되어 관람객들을 관찰하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했다고 한다.
지난달 18일 강원도 영월에서 동강국제사진제가 개막됐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도 전국에서 개막 행사를 위해 많은 참석자가 몰렸다. 국내 최고의 사진 축제로 올해 23회째로 주요 전시장인 동강사진박물관도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이곳은 그동안 한국 사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진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수집하면서 소장해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 동강사진제의 국제 주제전은 전 세계 박물관들의 모습을 전시 주제로 삼아 알리나리 아카이브, 조지 이스트먼 박물관, 프레더릭 구테쿤스트 등의 오래된 아카이브(자료 사진)를 전시한다.
이중 특히 눈길을 끄는 알리나리 아카이브는 1852년 이탈리아 알리나리 가문의 삼형제가 설립한 사진 아카이브로 1841년부터 현재까지 5백만 점이 넘는 사진자료를 보관 중인데 그중 일부가 이번 전시에 공개되었다. 1945년 전쟁 후 파리 루브르박물관으로 돌아온 모나리자, 1966년 피렌체 대홍수로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서 침수된 필사본 책들을 말리는 모습, 1890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벽면 가득 전시된 초상화들과 란치 화랑 야외 전시장에 가득한 조각 작품 등이다.
한편 올해 동강사진상은 원성원 사진가가 선정되었다. 사진가는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 사람들의 관찰을 가상의 풍경으로 구성해서 사진 콜라주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원성원의 사진은 구글 이미지나 인스타그램으로 봐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사진 한 장에 수백 장의 원본 사진들의 일부가 레이어로 합성되어 있고, 이미지의 숨은 의미를 알려면 어느 정도 설명을 듣고 직접 전시장을 찾아 그 커다란 작품을 하나씩 살펴봐야 알기 때문이다. 거대한 얼음 폭포 속에서 푸르게 가지를 뻗으며 사는 소나무를 “고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버티는 사람”을 누가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사진가는 사전 설명 없이도 자신의 작업 의도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가끔 만난다고 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9월 28일까지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는 이외에도 구본창, 육명심, 엘리엇 어윗의 사진과 국제공모전 등 12개의 전시와 사진 교육 행사 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