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미용실 입구, 둥지 속 제비 새끼들이 먹이를 기다리며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 마치 환하게 웃는 듯 한 표정처럼 보인다. /신현종 기자

한때 봄이면 집집마다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전신주마다 모여 앉던 제비는 이제 농촌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새가 되었다. 충남 논산에서 4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순곤(68)씨는 “예전에는 제비가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다들 반겼는데, 요즘은 보기조차 힘들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제비는 매년 4월경 동남아 등지에서 날아와 번식하고 가을이면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는 여름 철새다. 사람을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특성 덕분에, 제비는 집 가까운 처마나 헛간 등 사람 주변에 둥지를 트는 드문 야생동물이었다.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益鳥)로 여겨져 농촌에서는 제비가 둥지를 틀면 복이 온다고 믿어왔다.

지난달 29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식당 CCTV 위에 둥지를 튼 제비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다. /신현종 기자

그러나 최근 제비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서식지 감소, 먹이 부족, 기후 변화 등을 꼽는다. 고층 아파트와 현대식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제비가 둥지를 틀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줄어들었고, 농약 사용 증가로 주요 먹이인 곤충 수가 급감했다. 여기에 이상 기온과 폭우, 봄철 한파 등 기후 변화는 번식과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제비는 야생 동물이지만 인간과 가장 가까이 살던 새였다. 제비의 급감은 단순한 생태 문제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멀어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제비가 살 수 없는 환경이 과연 인간에게는 좋은 환경일지, 지금 우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지난 1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미용실 입구에 둥지를 튼 제비 새끼들이 먹이를 물어온 어미의 모습이 보이자 입을 활짝 벌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