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의 수도 킨샤사(Kinshasa). 한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떼어낸 방범창을 메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그를 뒤따르는 사람들은 생필품을 이고 지고 있습니다. 그는 왜 생필품 대신 방범창을 선택했을까요?
이곳 킨샤사에는 지난 4일 시작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최소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교통이 마비되고 주민들이 뗏목을 타거나 수영으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목격됐습니다.
특이한 것은 홍수 사망자 대부분이 익사가 아니라 무너진 건물 벽에 깔리면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부실 시공이 문제였습니다. 다니엘 범바 루바키 킨샤사 주지사는 콩고강 유역의 미허가 건축물들을 철거하고 거주자들을 퇴거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의 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내전이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M23 반군이 동부 지역을 점령하면서 사태가 격화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수도 킨샤사에 있는 프랑스와 미국, 르완다, 우간다, 케냐 대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M23 반군이 고마를 점령할 당시, 포격으로 교도소가 무너지면서 4천여 명의 죄수가 탈옥해 여성 수감자들을 집단 성폭행하고 방화해 16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총을 난사하고 대포를 쏴 민간인을 포함해 사망자는 현재 7천 명 이상, 강제 이주민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꼴입니다. 내전에 홍수까지 이어진 사태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치안에 남자는 가족들을 지키려 방범창을 멨습니다. 먹고 입는 것도 살아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국민들은 처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