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유기방 가옥을 찾은 상춘객들이 고택 뒷산에 만개한 노란 수선화 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우와, 수선화가 마치 물결처럼 온 산을 뒤덮고 있어!”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의 유기방 가옥을 둘러싼 수선화가 바람이 불때마다 출렁이자 상춘객들이 저마다 감탄을 쏟아낸다.

봄의 전령 수선화에 둘러싸여 전통의 미와 함께 봄의 절경을 만들어내는 유기방 가옥은 1919년 일제강점기에 건립, 조선 후기 상류층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전통 한옥이다. 북고남저 지형을 활용해 안채, 행랑채, 누각형 대문채가 조화롭게 배치돼 있으며, 특히 토담 위에 기와를 얹은 후면 담장은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 이러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지난 15일 유기방 가옥 주변으로 노란 수선화가 만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화사한 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신현종 기자

매년 봄이면 이 고택은 또 하나의 생명력을 얻는다. 수천 송이의 수선화가 고택 주변을 가득 채우며 황금빛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바람결에 살랑대는 노란 수선화는 고요한 고택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수선화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깊은 상징성을 지닌 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 꽃은 ‘자기애’와 ‘자존심’을 뜻하는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추운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으로 ‘고결함’, ‘희망’,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유기방 가옥에서 피어난 수선화는 이러한 상반된 상징을 고스란히 품고,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 15일 유기방 가옥을 찾은 상춘객이 고택 뒷산에 만개한 노란 수선화 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15일, 친구들과 함께 유기방 가옥을 찾은 정미선(48·당진) 씨는 “이렇게 많은 수선화 군락을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다. 전통 한옥과 같이 있으니 분위기가 더 우아하고 신비롭게 느껴진다”며 감상을 전했다.

전통의 숨결과 봄의 생동감이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지금이 유기방 가옥을 찾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고즈넉한 한옥과 고운 봄꽃이 잊지 못할 새로운 봄날의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15일 유기방 가옥 주변으로 노란 수선화가 만개, 관광객들이 화사한 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신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