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장애인 연주자들도 무대 위에서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를 연주하는 청각장애인 백인준 씨가 밝힌 비전이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장애예술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이하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리베라 오케스트라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로, 지난해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에 창단했다. 40명의 단원이 있는 리베라 오케스트라는 2년의 활동 기간 동안 음악 교육과 다양한 연주 경험을 제공해 장애예술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지원한다.
최근 경기아트센터에서 제1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는데, 전석이 매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단원들의 이력은 실로 대단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해 미국 뉴욕주 상원의원상을 받은 단원부터 미국 카네기 홀, 프랑스 파리 살가보 극장, 벨기에 브뤼쉘(왕립음악원)에서 공연을 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활약을 펼친 단원이 다수 있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 뒤에는 각고의 노력이 서려있었다.
중증 지적장애인 유동훈 단원(바이올린)은 우여곡절 끝에 음악인이 됐다. 그는 유년 시절 음악에 소질이 있었으나, 가정 형편상 음악인의 길을 택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된 유씨는 학비를 벌기 위해 건설 노동을 하다 사고로 인해 전신 마비가 왔고, 이후 장애인이 됐다.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음악을 놓지 않은 결과, 다시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그는 리베라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합격, 현재는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꾸준한 연습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김수진 단원(바이올린)은 “악보를 볼 수 없어 곡을 통째로 암기한다”며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섬세하게 듣는다”고 했다.
단원들에게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물으니 시각장애인 장종훈 단원(비올라)은 “음악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 사이를 좁히고 소통을 이뤄낼 수 있는 음악가가 되겠다”고 했고, 발달장애인 차지우 수석단원(첼로)은 “장애인도 관객에게 편안한 선율을 전달할 수 있음을 알리는 첼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리베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박성호 지휘자는 “음악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며, 그 안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무대에 설 기회를 갖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장애인 오케스트라는 가능성의 증거”라고 했다. 박성호 지휘자는 20여 년간 장애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이다.
한편 리베라 오케스트라는 오는 4분기 경기도 내 민간 장애인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주제로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