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채로 달리는 차량 안. 외부 공기를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스며든 매캐한 연기에 숨쉬기조차 쉽지 않다. 안전 운행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지만, 사방을 뒤덮은 연기 탓에 눈앞 도로조차 제대로 식별하기 어렵다. 연기를 뚫고 산과 산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불길을 직접 마주한 순간의 공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인근 지역인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이 불길은 헬기 조종사와 산불감시원, 주민 등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뒤에야 진화됐다. 총 4만 8천 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탔으며, 이는 서울 면적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내에서 발생한 단일 산불 가운데 역대 최대다. 5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82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31명에 이른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는 다양한 위험 요소가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 쓰러지는 나무, 폭발하는 가스통, 낙석, 그리고 예기치 않은 불길의 확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돌풍은 불길의 방향을 순식간에 바꾸며, 현장 대응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불길을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소방관들이다.
산불은 대부분 산악 지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차량이나 장비의 접근이 제한적이다. 또한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기 때문에 예측과 대응 모두가 어렵다. 진화 작업 중에는 연기와 유독가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장시간 이어지는 산불은 극심한 체력 소모와 탈수, 탈진 등으로 이어진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매 순간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소방관들은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력 단련과 기술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대전소방본부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2025년 대전소방기술경연대회’를 개최하고, 화재·구조·구급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기술 경연을 진행했다. 이번 대회는 화재전술, 화재조사, 구조전술, 구급전술, 최강소방관 등 세부 분야로 나뉘어 열렸으며, 현장 실전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원들은 오는 6월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해 대전소방의 역량을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대전 동부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남정하 소방교는 “현장에서 더 강한 체력과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가끔은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기에, 최강의 기량을 갖춘 소방관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강한 체력과 숙련된 기술로 구조 대상자를 무사히 구조해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한 소방관들 또한 “체력 단련은 개인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한 시작”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