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매화나무 옆으로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날아온다. 벌써 봄이다. 경칩인 5일에도 강원 등 일부 지역은 폭설이 계속되었지만 날씨가 곧 풀리면, 꽃이 피고 언 땅을 뚫고 푸른 새싹들도 나올 것이다. 5일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40년 넘게 풍경 사진을 찍어온 김도형 사진가의 전시회가 열렸다.
사진가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쉽게 보고 바로 잊히는 사진이 아니라, 보고 나서도 잔상이 오래가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했다. 전시장에는 50여 점의 풍경 사진과 처음 카메라를 잡고 열정적으로 찍은 인물 사진도 걸려 있었다. 김 씨는 평소에 니콘, 라이카 등의 전문가용 카메라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촬영하면서 눈으로 본 색감을 제대로 재현하는 도구를 찾는다고 했다.
좋은 사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촬영 과정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기다림”이라고 했다. 평범한 풍경도 광선 조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며 채광의 변화를 기다리기 위해 1시간에서 5시간까지 한곳에서 기다리기도 한다고 했다. 또, 잣나무 터널에 황금빛 광선이 가득한 춘천의 국도변은 5번을 다시 가서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들판에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 새 한 마리 등 프레임 속에 왜 하나만 찍은 것들이 이렇게 많은지 물어보았다. 꽃이 다발로 있거나 나무와 동물 등이 여럿이 있으면 어수선해서 대체로 혼자 꿋꿋이 있는 외로운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풍경 사진 속에 하나의 피사체를 넣고 사진을 찍을 때 어려운 점은 어디에 중요 대상을 놓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진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촬영 후 얼마나 세심하게 크롭(자르기)을 하나 물었다. 그는 전시에 걸린 사진 모두 거의 크롭을 하지 않는 원본이라고 했다.
사진가는 자신에게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까지도 완벽한 여백을 훈련시킨다고 했다. 디지털 사진의 특성 상 찍은 후에 크롭을 하는 게 더 쉽지 않나 물었다. 사진가는 디지털 카메라나 폰카 화질이 좋아지면서 너도나도 막 찍는 습관을 갖다 보면 구도를 생각하지 못한다며, “사진 여백의 1미리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진 원본부터 최선을 다해 찍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