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은 정월 대보름이었다.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름날 밤이면 동네 형들과 모여 깡통에 구멍을 뚫고, 짚과 신문지 등을 넣어 쥐불놀이를 했다. 눈 쌓인 논밭 위를 뛰어다니며 형님들이 돌리는 깡통을 나도 돌려보겠다고 나서다 깡통을 엎기도 했다.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오락실도 없던 그 시절, 허허벌판을 뛰어다니며 놀던 생각이 오늘따라 많이 떠오른다. 겁도 없이 수영도 못 하면서 형들 따라 동네 하천에 뛰어들어 잠수도 하고, 얼어 있던 그 하천 위에 점프하다 얼음물에 빠진 일, 개울가에서 가재 잡고, 논두렁에서 메뚜기 잡아 구워 먹던 일 등등 그 시절 시골에서 참 재미있게 놀았다.
그래도 명절이나 때가 되면 자주 보게 되는 민속놀이, 전통놀이가 그래도 지자체에서 축제를 하면 볼 수 있어, 가끔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쥐불놀이며 연날리기, 자치기, 씨름,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놀이, 팽이치기 등 평소 보기 힘든 민속놀이들이 사진기자가 된 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체험해보겠다고 덤비다가 넘어지고 헛발질하며 머리를 긁어보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추억의 놀이가 없는 듯하여 더욱 아쉬워 보인다. 명절이고 제사고 큰집에 모이던 아이들은 휴대전화와 씨름하느라 별 추억이 없어 보인다. 안타깝다.
지난 8일 오후 대전 대덕구 현도교 아래 금강변에서 정월 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이 도심을 배경으로 달집도 태우고, 쥐불놀이도 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 쥐불놀이는 예로부터 한 해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내기를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다. 횃불을 들고 들판에 나가 논밭두렁의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물론 요즘 시대에 논밭이나 들판에 쥐와 해충이 넘쳐나진 않겠지만 하나의 놀이로 아이들의 추억이라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쥐불놀이를 한다면, 아이고 또 주민들이 신고하겠구나...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