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점심시간, 충남 홍성군 남당항 수산센터의 한 식당 수족관이 텅 비어 있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겨울철 별미인 새조개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 상인들이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신현종 기자

잔잔하게 골이 패인 조개껍데기 사이로 두툼한 초콜릿색 발이 길게 뻗어 나온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발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저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바닷물만 들어오면 진흙의 갯벌에서도 마치 새처럼 이동이 자유롭고 그 발 모양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 다름 아닌 새조개다. 찬바람이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이면 달큼하면서도 쫄깃한 속살을 입 안 가득 품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최고의 계절 별미 중 하나다.

새조개에는 또 다른 별칭이 있는데 바로 ‘바다의 귀족’이다. 몸값이 너무 비싸 일반 어패류와는 신분 자체가 다르다. 고급 음식의 대명사인 소위 ‘시가’ 그룹 중에서도 최상위군 에 속한다. 새조개의 가격이 이렇게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양식이 안 돼서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높은 가격에 올해는 생산량마저 급감해 더 귀하신 몸이 됐다. 귀한 만큼 높은 거래가에 이권다툼, 사망, 살인미수, 지역민간의 고소·고발 등 무거운 단어들도 따라다닌다.

충남 홍성의 남당항에서는 해마다 겨울이면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 남당항 앞바다는 바다를 막기 전에도 천수만 주변 일대의 넓은 갯벌과 많은 플랑크톤을 바탕으로 어족 자원의 보고로 불렸던 곳이다. 단백질, 철분, 타우린이 풍부한 새조개는 홍성·서산 A, B지구의 바다를 막은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대하와 더불어 남당항을 대표하는 자원이 됐다.

지난달 말 점심시간, 충남 홍성군 남당항 수산센터에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축제로 많은 미식가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며 새조개의 대표 산지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에는 그 사정이 달라졌다. 새조개 수확량 전체가 예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데다 그나마 남당항에서는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조개 축제를 앞두고 또 다른 대표 산지인 여수 등지에서 물량을 공급받고는 있지만 그 역시도 부족한 실정이다.

새조개의 양이 이처럼 감소한 이유는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지구 온난화에 의한 수온 상승으로 새조개들이 집단 폐사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한 만큼 앞으로 사정은 나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새조개의 물량 공급이 한계에 이르자 홍성군과 남당항 새조개 축제추진위원회는 고심 끝에 축제의 이름을 변경했다. 새조개에 수산물을 더해 ‘제22회 남당항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족한 물량 탓에 새조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는 것인데, 조개류의 특성상 ㎏당 구입을 해도 껍질을 제거하면 실제 먹을 수 있는 속살의 양은 200~250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가격 인상률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남당항의 상인들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손님들이 있을까 싶어 판매 전 손님들에게 두 번, 세 번 가격을 안내하면서도 “비싼 가격에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까 염려 된다”며 힘든 속내를 전했다. 지난 7일 개막한 새조개 축제는 4월 7일까지 60일간 열린다.

지난 5일 충남 홍성군 남당항 수산센터의 한 식당에서 상인이 어렵게 확보한 새조개를 바라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