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도 다 지고 눈이 내리는 영하의 겨울 날씨지만 나무에 붉은 ‘보석꽃’이 핀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 마을. 3월 말이면 봄의 전령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려 온 마을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이 마을이 지금은 온통 붉은색 천지다. 잎이 다 떨어진 산수유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열매가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아침 찾은 이곳은 영하 4도의 추위에 손발이 시려 왔지만, 해가 뜨자 진홍색의 산수유 열매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에 붉은 꽃이라도 핀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 카메라를 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른 아침 달려온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산수유나무가 빚어내는 풍경에 취해 연신 셔터를 눌어 댔다.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얼마 전 내린 폭설에 부러진 산수유나무가 여기저기 보였다. 백 년이 넘는 고목이 열매도 무거운데 눈까지 쌓여 누르니 견디지 못한 것이다 . 1만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백사면에는 300년이 넘은 나무도 있다고 한다.
산수유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로 불렸다. 한약재로 쓰이는 산수유 열매가 값이 좋아 산수유 열매를 팔아 자식들 대학교육까지 시킬 수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은 값싼 중국산에 밀려 옛말이 되었다. 대신 요즘은 꽃축제나 생태관광 상품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백사 산수유 영농조합법인 이춘희 대표는 ‘요즘엔 산수유를 환이나 차, 청으로 가공해 판매한다’고 했다.
봄도 좋지만 요즘 이곳에 가면 별천지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