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가량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적인 촛불 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였던 2016년 이후 처음이다.

2016년 당시에는 대통령이 있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가장 큰 집회, 시위가 광화문에 집중돼 있었다.

2016년 11월 1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에 약 100만 개의 촛불이 켜져 역대 최대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상훈 기자

근무가 아닌 토요일에도 당시 이 대규모 촛불집회를 기록하기 위해 수차례 나갔는데,

이런 장면은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때는 물리적인 광장이 디지털 미디어로 대체되고 그곳에서 여론과 시민운동이 일어나리라 생각했다.

국민청원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콘텐츠와 재게시, 좋아요, 댓글 등 일부 디지털 미디어의 힘과 역할이 커지긴 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여론의 시발점이나 기폭제 역할은 해도 여전히 광장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거짓, 조작, 선동에 아직은 더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 부대가 되는 것보다 하나의 시민권이 하나의 얼굴과 목소리를 표출하는 집회가 체감으로 와 닿는다고 할까?

2016년 11월 1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에 약 100만 개의 촛불이 켜져 역대 최대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상훈 기자
지난 12월 8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부산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2024년 촛불 집회에는 많은 젊은 층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형형색색의 발광력이 좋은 LED 응원봉이 촛불을 대신했다.

시위에 케이팝 음악들도 나왔다. 음악에 맞춰 뛰면서 응원봉을 흔드는 MZ 참가자들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집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2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부터 여의도공원에 이르기까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뉴스1

2016년 촛불집회에 비해 규모나 통일성은 다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광장의 힘이 발동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