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권한이 막강하구나. 포토라인 무너뜨려도 아무런 제지가 없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던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앞에 일찌감치 모인 각 언론사 기자들은 현장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포토라인을 조율했다. 법원의 보안을 담당하는 관계자들도 총출동해 사전에 등록된 사진 및 영상기자만 취재를 허가하고 일반 시민과 유튜버는 좌우에 설치된 펜스 밖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경찰도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거물 정치인들의 법원 출두 때 허용됐던 뒤쪽 포토라인은 이날 이 대표의 안전을 위해 불허됐다. 이재명 대표가 출석하기로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현장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일반적인 선고 공판 출석의 경우 당사자와 담당 변호사 및 수행비서 정도와 대표로 질문하는 취재기자만 포토라인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이재명 대표가 출석하기 한참 전부터 수십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도착해 포토라인 안쪽에서 이대표를 기다렸다. 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충성 경쟁이 시작됐다. 이대로 진행되면 의원들에 가려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촬영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예상됐다.
기자들은 평소 포토라인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법원 보안 책임자와 민주당 의원에게 현장 정리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우리가 알아서 잘 지키겠다. 걱정 마시라”며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재명 대표가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의원들은 이 대표 주위로 모여들었고, 의원들과 차례로 악수를 한 이재명 대표가 재판정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쯤엔 이 대표를 에워싸고 호위하듯 우르르 뒤따르는 의원들에 가려 이 대표는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신발을 던지는 돌발 상황까지 일어나며 아수라장이 된 현장 속에서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은 이 대표의 출두 모습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물을 먹었다’. 이른 시간부터 법원에 도착해 현장의 규칙을 지키며 기다린 기자들의 고성과 탄식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표가 법원 청사로 들어간 뒤 현장은 시끄러워졌다. 결국 공보판사가 나와 의원들과 판결 이후 상황을 조율했다. 안일했던 의원들도 위기를 의식했는지 뒤늦게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가 법원을 떠날 때는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마무리됐다. 판결 결과에 희비가 갈린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고성만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평소 기자들과 유튜버들에게 엄격하다 못해 고압적이기까지 했던 법원 보안 담당자들은 의원들 앞에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싶은 의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포토라인 안에서 수십명이 이동하면 포토라인을 지키는 사진기자들과 영상취재기자들은 일을 할 수 없다. 25일 열리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때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