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수도 방콕에서 동북부로 140㎞가량 떨어진 롭부리는 ‘원숭이 도시’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이곳은 지금 전쟁 중입니다. 포악해진 원숭이들 때문입니다. 지난 5월 한 관광객이 원숭이들에게 퇴치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원숭이들은 관광객들의 음식을 빼앗거나 휴대전화, 카메라 등 귀중품을 훔쳐 달아나기도 합니다. 때론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원숭이들이 포악해진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관광객들은 오래된 도시에서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롭부리를 찾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아질수록 원숭이들의 먹이도 풍족해졌습니다. 애써 먹이를 구하지 않아도 넘쳐날 만큼 먹이가 쌓였습니다. 주민들도 원숭이들을 위한 잔칫상을 차려 놓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처럼 풍족했던 환경이 하루아침에 변해 버렸습니다.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이 찾지 않게 된 것입니다. 관광객이 줄면서 먹이가 부족해 지자 굶주린 원숭이들은 포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는 차량에 올라타거나 길 가는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뺏으려고 여성을 넘어뜨려 무릎이 탈구되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공격해 운전자가 떨어져 다치기도 했습니다. 수백 마리씩 무리를 이루어 도로 한가운데서 집단 난투극을 벌여 교통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팬더믹은 끝났지만 사나워진 원숭이들로 인해 관광객은 급감했고, 관광객이 줄자 가게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결국 당국은 원숭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우선 롭부리 지역 원숭이 만 마리 가운데 공격성이 강한 2500마리를 포획하기로 했습니다. 번식을 못 하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거나 쫓아내기 위해 새총도 쏩니다. 먹이를 이용해 철창에 가두기도 하고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벌금을 내야 합니다.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존부서의 아타폴 차로엔슌사 사무총장은 “인간이 원숭이를 다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원숭이가 인간을 다치게 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야생동물 전문가들과 협력해 일정한 수의 원숭이들이 도시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의 시작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