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을 여행을 인증하는 소셜미디어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색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핑크색 갈대로 유명한 ‘핑크뮬리’부터 서양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까지 외국에서 들여 온 다양한 품종들이 우리의 가을 풍경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팜파스그라스는 보통은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홍색 등 여러 종이 있다. 솜털 같은 풍성함이 특징으로 길이는 1~3m까지 자란다.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핑크뮬리 역시 벼과로 따뜻한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말로 하면 ‘털쥐꼬리새’로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 납작한 분홍색 꽃이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이러한 군락지들은 ‘인생 사진’의 명소로 불리며 소셜미디어상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핑크뮬리는 환경부로부터 ‘생태계위해성 2급’ 평가를 받은 생태계교란종이다.
국립생태원은 2014년부터 생태계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을 선정해 생물 특성, 서식 현황, 위해성 등 위해성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생물종에 대해서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핑크뮬리가 받은 2급은 생태계 위해성은 보통이지만 향후 생태계 위해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을 경우 확산 정도 및 그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을 때 지정된다.
여름 들판의 또 다른 인기 식물인 큰금계국 역시 위해성 2급으로 분류된 식물이다. 큰금계국은 코스모스를 닮은 노란빛으로 여름철 인기가 높지만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해 주변 토종 식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경부는 지자체들에게 이들 식물에 대한 식재 자제 권고를 내렸고, 이에 제주도는 심었던 핑크뮬리 밭 중 일부를 갈아엎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든 지자체가 이 권고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위해성 2급 식물은 식재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핑크뮬리의 경우 추위에 약해 인위적 도움 없이는 겨울을 나면서 번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겨울 혹한이 덜해지며 중부권역까지 생육이 가능해졌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우리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게 되면 기존 생태계를 충분히 교란시킬 수 있기에 꾸준한 관리, 관찰이 필요하다.
이렇게 위해성이 관한 염려가 있는데도 각 지자체에서 핑크뮬리 등 외래종을 꾸준히 식재하는 이유는 지역을 홍보하고 방문객을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한 번 파괴되면 그것을 복구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든다. 그렇기에 위해성이 염려스러운 외래종에 대해서는 식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안식과 위안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식물과 인간이 모두 건강하게 공존하는 환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