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가마우지 떼의 배설물로 인해 황폐해져 가고 있는 대청호 고래섬의 모습. /신현종 기자

대전의 대청호에 가면 흰 모래톱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많다. 그 중 하나가 고래섬인데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던 이곳과 근처의 섬들이 최근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마치 섬 위에 살포시 눈이 내린 듯 한 모습인데, 실상은 새의 배설물에 뒤덮여 있는 형국이다. 나무가 고사됨은 물론이고 섬 전체를 폐허로 만들 만큼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민물 가마우지다. 놀라운 먹성과 개체 수로 일단 머무르기만 하면 서식지 주변을 빠르게 초토화 시킨다.

지난 11일 가마우지 떼의 배설물로 인해 황폐해져 가고 있는 대청호 고래섬과 주변 섬. /신현종 기자

민물 가마우지는 처음에는 겨울철에 찾아오는 철새였는데 지구 온난화와 댐과 보의 건설로 인한 인공호수의 증가 등으로 기후와 환경이 변하자 텃새화 됐다. 현재 국내에는 2만3000~3만 마리 가량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주변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어족 자원의 씨도 함께 말린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대청호에 정착해 살아가는 민물 가마우지 떼가 모래톱에 내려 앉아 있다. /신현종 기자


민물 가마우지의 성체 크기는 1m 정도로 이른 새벽부터 먹이 사냥을 시작해 하루 7kg에 달하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무리를 지어 활동하며 먹이의 어종도 가리지 않는다. 번식은 1년에 3차례 한다.

지난 11일 대청호에 정착해 살아가는 민물 가마우지 떼가 모래톱에 내려 앉아 있다. /신현종 기자

일단 민물 가마우지의 서식처가 되면 주변의 피해가 큰 만큼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 3월 유해조류로 지정했다. 각 지자체에서 피해 유해구역을 지정하면 해당구역 내에서는 직접 포획이 가능하다. 유해조류로 지정된 만큼 지자체에서는 엽사를 고용하는 등 가마우지 퇴치를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민물 가마우지 포획 예산 2600만 원을 확보하고 가마우지 한 마리당 2만원씩의 포획 보상금도 책정한 상태다.

대전 동구가 가마우지를 포획하기 위해 기동포획단을 운영하고 소탕 작전에 나서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11일 대청호에 정착해 살아가는 민물 가마우지 떼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신현종 기자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마우지 포획은 난항을 겪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평소 강 주변에서 생활하며 사람이 발길이 닿기 힘든 산을 주 서식지로 삼는다. 그렇다 보니 그물이나 덫으로는 사실상 포획이 어렵다. 엽사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도 일단 서식지 근처에 다다르려면 배를 이용해야 하고 그에 따른 기름 값 등 소요 비용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총기 사용은 안전사고의 위험이라는 변수가 따른다. 때문에 민가 근처나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는 총기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렵게 엽사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서식지가 방대하고 깊어 실질적인 포획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11일 가마우지 떼의 배설물로 인해 대청호 작은섬의 나무들이 고사했다. /신현종 기자

좀 더 효과적인 포획을 위해서는 가마우지의 이동 특성을 파악, 분석하는 등 보다 철저한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1일 가마우지 떼의 배설물로 인해 황폐해져 가고 있는 대청호 고래섬(사진 앞)과 주변 섬. /신현종 기자
지난 11일 가마우지 떼의 배설물로 인해 작은섬의 나무들이 고사했다. /신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