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포토저널리즘의 전설 로버트 카파 서거 70주기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 가운데 커다랗게 걸려있는 사진이 로버트 카파의 대표작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 (스페인 내전,1936)이다./ 김동환 기자

‘저 이라크에 가고 싶습니다!’

당시 군인이었던 기자가 말을 하자마자 간부로부터 욕설과 함께 ‘그럼 일은 누가 하는데?’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2006년, 사진병이었던 기자는 갑갑한 군생활과 당시 7만원 정도인 월급에 비해 엄청난 액수였던 1800달러, 그리고 로버트 카파같은 사진을 찍고 싶은 치기 어린 마음에 ‘자이툰 부대(평화 재건을 목적으로 이라크 아르빌 주(州)에 파병된 한국군 부대)’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부서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18년이 지나 한 미술관에서 그 때 일을 추억할 수 있었다.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최고의 종군 사진가이자 포토저널리즘의 전설로 추앙받는 ‘로버트 카파(1913~1954, 이하 카파) 서거 70주기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이스라엘 독립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등 다섯 곳의 전장을 누비다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이젠 카파처럼 전장으로 가는 건 꿈도 꾸지 않지만,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라는 그의 명언을 다시 가슴 속에 새긴다.

이번 부산 전시회 ‘Robert Capa work 1932-1954′에서는 로버트 카파가 남긴 약 7만장의 네거티브 필름 중에서 카파의 동생 코넬 카파와 사진사학자 리처드 웰런이 엄선한 마스터 컬렉션 중 대표작 150점이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전시된다. 전시는 9월 27일 까지 열리며 관람은 무료다.

2024년 6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전설의 종군 사진가 로버트카파 서거 70주기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동환 기자
2024년 6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설의 종군 사진가 로버트 카파 서거 70주기 전시장에 생전에 그가 했던 어록이 걸려 있다./ 김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