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조너선 여가 그린 찰스 3세 초상화. 웨일스 근위대 군복을 입은 영국국왕을 묘사한 이 작품은 국왕이 된 후 첫 번째 공식 초상화다./EPA 연합뉴스

지난 14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첫 공식 초상화가 버킹엄궁에서 공개됐습니다. 카밀라 왕비와 화가, 왕실 식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찰스3세가 직접 장막을 걷었습니다.

실물보다 큰(7.5피트×5.5피트) 캔버스에 그려진 이 초상화는 웨일스 근위대 제복을 입은 왕이 칼자루에 손을 얹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고, 오른쪽 어깨 위에는 ‘제왕 나비’ 한 마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강렬한 붉은 색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왕의)온 몸이 진홍색 바다에 잠겨 얼굴만 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외신들은 이 초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평론가는 “생동감 넘친다”며 극찬 했는가 하면, 어떤 평론가는 “군주제가 불타고 있거나 왕이 지옥에서 불타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혹평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반 대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지옥에 있는 것 같다”, “피를 뒤집어쓰고 목욕하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전통적인 왕실의 초상화와 결을 달리하는 파격적인 색조에 다들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 조너선 여는 한 인터뷰에서 찰스3세가 이 그림이 반쯤 완성 됐을 때 한번 보았는데 처음엔 강렬한 색채에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미소를 지으면서 만족해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너선 여는 현대적인 왕실의 초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나비는 변화하는 왕의 위상을 상징하기도 하고, 그림을 제작하는 동안 왕세자에서 왕이 된 찰스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기보다 피사체의 성격과 본질을 포착해 그리는 스타일의 화가로, 이 그림에서도 시각적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고 사람들이 그 아래 있는 인간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조너선은 찰스3세의 부친인 필립공과 카밀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카밀라 왕비는 이 초상화를 보고 화가에게 “그를 잘 포착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초상화는 16일부터 6월 14일까지 런던의 필립 몰드 갤러리에서 공개 전시된 이후 8월 말부터는 드레이퍼스홀로 옮겨 전시된다고 합니다.

5월 1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찰스3세 국왕 초상화 공개 행사에서 찰스 3세가 조너선 여 작가와 이야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1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3세가 카밀라 왕비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