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덕수궁 석어당 앞 살구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있다. 2024. 3. 27/ 조인원 기자

덕수궁은 사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꽃이 화려한 봄은 더 기다려집니다. 덕수궁의 많은 꽃들 중에도 석어당 앞에 있는 살구나무는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고풍스러운 2층 전각 앞에 당당한 고목의 모습이지만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봄이야, 잘 해봐”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원에서 낙엽을 뚫고 새싹이 돋고 있다. 2024. 3. 23/ 조인원 기자

유난히 이번 봄은 비가 잦고 겨울보다 더 추운 듯한 꽃샘 추위에, 바람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붑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지난겨울이 가장 많은 눈비가 왔던 겨울이었고, 기상청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기에 꽃샘추위가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원에서 낙엽을 뚫고 새싹이 돋고 있다. 2024. 3. 23/ 조인원 기자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도 봄기운은 보입니다. 지난 겨울 땅에 떨어진 낙엽을 뚫고 푸릇한 새싹이 돋아납니다. 땅 속에 숨죽여 있던 생명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봄이면 도심에선 곳곳에서 묵은 때를 벗겨내기도 합니다. 18일 서울 청계천에서도 겨우내 바닥에 쌓인 이끼를 청소하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천 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 옆 물 위로 윤슬이 반짝이고 나뭇가지마다 노랗게 새싹이 돋고 있었습니다.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봄꽃을 보면 기분이 좀 좋아질까요? 각자 살아가는 어려움을 잊고 다시 시작하라는 신호가 왔습니다. 나무 위에 그리고 땅 위에서도.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나무마다 가지에 새싹이 돋고 있다. 2024. 3. 18/ 조인원 기자
27일 오후 서울 덕수궁 석어당 앞 살구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있다. 2024. 3. 27/ 조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