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 도심 파울리스타 대로를 가득 메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룰라 대통령에 패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0월 30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뒤 쿠테타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 수십만 명이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외신들은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25일 브라질 국기 색이자 보우소나루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고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파울리스타를 가득 메운 채 임시 가설 연단에 오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연호했다.

노란색 상의를 입고 이스라엘 국기를 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우리는 무너지는 국가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룰라 대통령을 규탄하는 의미라고 한다. 주최 측이 추산한 집회 참가자는 50만 명이다. 그러나 외신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사실상 동원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집회는 군인출신 정치인으로 좌파 성향의 룰라 현 대통령과 달리 정치성향상 극우 계열로 분류되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건재함을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기획한 것으로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브라질을 이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득표차는 1.8%p에 불과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결과에 대해 침묵하다 룰라에게 정권은 이양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언론은 보우소나루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결과에 공식적으로 불복하지도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의 지지자들은 대선 결과에 불복해 지난해 1월 8일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 등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약탈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해당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와 함께 대선 패배 시 비상사태 선포와 대법관 구금 등을 통해 대통령직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쿠데타 모의’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경찰 소환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2024년 2월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파울리스타 거리를 메운 채 집회를 갖고 있다. 주최 측은 이 집회 참가자가 5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TSE)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브라질의 전자투표 시스템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2030년까지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앞으로 있을 두 차례의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그 밖에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여러 가지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지난해 8월 보우소나루와 측근들이 재임 때 외국에서 받은 고가의 손목시계 등을 횡령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선물한 320만 달러 상당의 보석류를 신고하지 않고 몰래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또 연방 감사원은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미국에 가기 위해 백신 접종 기록을 조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보건부 백신 접종 기록상으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1년 7월 19일 상파울루의 한 보건소에서 백신을 맞은 것으로 기록됐으나 감사원 조사 결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당일 상파울루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라질 경찰은 보건부 예방 접종 시스템의 기록 조작이 딸 로라(13)가 미국에 입국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또 지난해 6월 상파울루의 한 해변에서 제트스키를 타던 중 혹등고래를 괴롭혔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번 조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고래에 근접해 제트스키를 주행하고 있는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시작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특유의 막말로 정계의 스타가 되고 대통령까지 됐기 때문에 ‘남미의 트럼프’, ‘열대의 트럼프’라고도 불렸다. 사실 정책이나 발언의 강경함은 트럼프보다 더 심한 편이어서 군사독재정부를 옹호하기도 하고 과격한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해대는 막가파 정치인이 되었으며 특히 좌파 진영과도 크게 대립하기도 했다. 친미 성향에 개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트럼프와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 대선 불복과 폭동 선동, 각종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룰라 대통령에 맞서는 야당의 핵심 지도자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