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 앤젤레스가 지난 주말 그래미상이 아니라 고층 빌딩을 뒤덮은 그라피티를 두고 뜨거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로스 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미완성 고층 빌딩의 27개층이 낙서꾼들이 스프레이로 그린 그라피티로 뒤덮이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건설이 중단된 채 수년 간 방치돼 온 고층 빌딩 유리창에 형형색색의 다양한 문구의 그라피티가 그려지자, 경찰이 출동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광객까지 몰려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빌딩은 중국 자본인 오션와이드 홀딩스가 2015년 10억 달러를 투입해 500채 이상의 고급 콘도와 최고 55층에 이르는 3개 타워에 5성급 호텔이 들어서는 대규모 주상 복합 개발 프로젝트였는데 2019년 이후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돼 지금까지 방치돼 왔다고 합니다.
이 버려진 고층 빌딩에 왜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무단 침입해 빌딩 거의 전체를 그라피티로 장식할 생각을 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빌딩이 지난 일요일 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린 크립토닷컴 아레나 바로 길 건너편에 있고,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일을 벌인 것으로 보아 이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자 한 것이 아닌가 짐작이 될 뿐입니다. 실제로 이들이 그린 그라피티로 장식된 이 빌딩은 미국 언론들은 물론이고 주요 통신사와 유럽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이들의 행위를 두고 “기물 파손” 인지, “거리 예술”인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 까지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낙서를 방치된 공간을 인간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자, 도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보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도시 건축물의 일부로서 이 빌딩이 보호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가 범죄행위가 아니라 흉물이 된 빌딩에 활력을 불어 넣은 예술 행위라는 반응이 많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12명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도주했으며, 두 명의 남성이 무단 침입죄로 체포 되었다가 풀려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현지 언론은 이 프로젝트에 수십 명의 거리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고 보도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이 건물 소유주에게 이 낙서들을 지우라고 명령했지만 아직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