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경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눈길을 거닐고 있다. 2024년 1월 9일 /김지호 기자

눈이 빚어낸 창경궁의 설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과 춘당지 연못도 눈 오는 날 감탄을 자아낸다. 그 주변으로 수백 그루의 나무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서울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9일 오전 서울 창경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눈 내리는 풍경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이들은 한참 동안 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나중엔 우산을 접고 자유로운 포즈로 인증샷을 남겼다.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창경궁 명정전 앞이다.

명정전은 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 시대 건물로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광해군 때 다시 지어졌다. 이곳에서 조선 12대 왕인 인종이 즉위식을 열었고, 사도세자의 계모 정순왕후가 열다섯 나이에 영조와 혼례를 치렀다. 숭례문이 화재로 옛 모습을 잃으면서 조선 초중기 궁궐 건축 양식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로 남게 된 명정전이다. 또 숙종 때 장희빈이 사약을 마셨던 통명전과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등 역사적인 사건도 자주 일어난 곳이다.

수 백 년의 시간이 흘러 산천도 변하고 사람들은 가고 또 오지만 겨울이면 이렇게 하얀 눈이 오고 있다.

서울 창경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눈길을 거닐고 있다. 2024년 1월 9일 /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