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송신년호 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보통 일출, 일몰 혹은 한 해를 보내며 느끼는 정서를 담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데, 힘찬 산업 현장을 보여주는 경제사진일 수도 있고, 새해 첫 신생아 사진이 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매년 빠지지 않는 사진은 새 해를 상징하는 12간지 동물 사진이다.
김제 벽골제에 있는 쌍용 조형물은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의 송신년호 사진을 찍기에 매우 좋은 피사체다. 조형물 자체가 웅장하고 멋있기도 하고, 사적 제111호 벽골제가 우리나라 최대의 고대 저수지 터로 사방이 트여 있어 다각도에서 다양한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공원 반대쪽 저수지 터로 가면 서쪽 방향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을 수 있는데 그 터가 굉장히 넓은 편이라 300미리 이상의 (흔히 대포라고 불리는) 장렌즈를 사용할 거리 확보가 가능하다. 공원 쪽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찍는 일출사진에 비해 더 큰 태양을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좌우로 움직이면서 해의 위치도 쉽게 맞출 수 있다.
해가 지면 조형물에 알록달록한 조명이 들어오지만 용의 위용에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화려함이라 완전히 어두워 지고 난 후 조명이 꺼지고 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북천일주 별궤적 사진은 북극성이 있는 북쪽 하늘을 찍어야 가능한데 쌍용의 모습을 보기 전엔 어렵지 않을까 예상했다. 조형물이 동쪽 서쪽 방향에서 보기 좋도록 얼굴과 몸통을 위치하고 있어 북쪽 방향으로 보면 용의 모습이 잘 나오지 않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들이 완전한 일직선으로 놓여 있지 않고, 조금씩 기울어지고 굴곡지게 놓여 있어서 용의 얼굴과 몸통이 나오도록 북쪽 하늘도 촬영이 가능했다.
별들이 한시간에 15도씩 북극성을 중심으로 지구 자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장노출을 하거나, 인터벌 촬영을 해서 별을 이어 붙이면 위와 같은 원형의 별궤적 사진을 찍을수 있다.
별궤적 사진을 어느정도 원하는 시간만큼 촬영하다 보면 월출 시각이 다가온다. 월출 월몰은 매일 50분 가량 뜨고 지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찍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밤은 길기에 많은 날들에 촬영이 가능하다.
매일 방향이 조금씩 변하지만 대략 동쪽 방향에서 달이 뜨기 때문에 앞서 말한 쌍용 조각상이 입체적으로 놓여 있는 이유로 이런 월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달에 노출을 맞추어 어둡게 찍으면 그믐달 모양이 선명하게 나오도록 찍을수도 있지만, 조명이 없는 캄캄한 밤에는 충분히 노출시간을 더 주어서 달빛을 밝게 하면 원형처럼 보이는 달빛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월출 사진과 별 사진을 다각도로 찍다보면 이제 일출 시각이 다가온다. 여명빛이 물들기 시작하면 해의 위치를 맞추기 위해 분주한 시간이 된다.
공원의 거리가 반대방향의 공터보다 짧아 장렌즈를 사용하기가 어려워 해의 크기가 작아지지만, 철새가 날아오르는 타이밍을 맞추거나
노출을 조정해 보기도 하고
해가 뜨면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기자도 분주히 움직이며 해를 용의 입에도 눈에도 넣어본다.
보통 송신년호 사진은 30분 정도 안에 한 가지 비슷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곳 벽골제의 쌍용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나 색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밤새 바쁘지만 즐거운 촬영 피사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