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현지 시각) 오후 3시 영국 수도 런던의 한 지하철역에 바지를 입지 않은 한 무리의 성인 남녀들이 올라 탑니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쳐다 봅니다. 상의는 제대로 갖춰 입었는데 아래만 바지 없는 속옷 차림입니다.
엄동 설한에 무슨 일이냐구요? 바로 런던에서 매년 1월 이맘 때 열리고 있는 ‘바지 벗고 지하철 타기’행사 모습입니다. 이 행사의 목적은 오직 ‘재미(fun)’입니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감독인 찰리 토드가 설립한 ‘임프루브 에브리웨어(Improve Everywhere)’라는 단체가 창안해 2002년 1월 뉴욕 지하철에서 7명의 남성이 참가한 작은 장난으로 시작한 이 미션은 이제 전 세계 60여개 도시에서 수 천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즐기는 축제가 되었습니다.
노팬츠(No Pants)의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한겨울에 무작위의 승객들이 바지를 입지 않은 채 각기 다른 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한다. 참가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모두 겨울 코트, 모자, 목도리, 장갑을 착용한다.” 물론 주최 측이 있고 사전에 공지된 시간, 장소에 모여야 합니다. 이후 인솔자를 따라 여러 개의 역으로 분산 이동한 뒤 각 지하철역에 도착해서야 바지를 벗어 가방에 넣은 다음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탑승 후에는 최대한 무심하게 행동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합니다. 물론 행사가 끝난 다음에는 다 같이 모여서 파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6년간 런던 행사를 주최해온 데이브 셀커크는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행사는 단지 재미를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수년 동안 사람들에게 인기였습니다. 세상에 슬픔과 진지함 만이 가득한 오늘날, 런던에 살면서 이런 행사에 참여해 잠시 나마 내려놓고 즐길 수 있다는 건 특권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바지 벗고 지하철 타기 행사는 2013년에는 중국 상하이와 홍콩에서도 열렸고, 이후 일본 도쿄도 참여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열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조만간 서울에서도 열리길 기대해 봅니다.